세계 속의 인상적인
세금 이야기 6
‘역사는 돌고 돈다’고 합니다. 그와 늘 함께해 온 세금도 그렇습니다. 그래서 세금의 역사적 사건을 통해 현재를 반추하는 것은 가치가 있습니다. 지난 시간에는 조선시대의 세금에 대해서 알아봤는데요. 이번에는 시선을 전 세계로 넓혀 봤습니다.
세금은 시간뿐 아니라 공간도 초월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에게 영감을 줄 세계사 속 세금 이야기를 과거부터 지금까지 따라가 볼까요?

1️⃣ 기분 좋은 게 죄는 아니잖아! 양날의 죄악세
죄악세(=악행세)는 사치를 금지하는 세금입니다. 술, 담배, 도박처럼 사회에 해가 될 수 있는 품목에 부과하죠. 때론 설탕이나 탄산음료처럼 건강에 안 좋은 물품도 해당되고요. 그런데 개인의 기호에 대한 권리나 빈곤층에 부담을 준다는 측면에서 이견이 있기도 해요. 그렇다면 죄악세는 역사 속에서 어떤 의미였을까요? 대표적인 죄악세로 꼽히는 미국의 ‘위스키세’ 이야기입니다.
오랜 독립전쟁으로 재정 상태가 나빠진 18세기 초의 미국. 각종 채무까지 떠안게 되자 이를 타개할 정책이 필요했습니다. 그에 미국 초대 정부의 재무부 장관이었던 알렉산더 해밀턴(Alexander Hamilton)은 국내에서 생산되는 증류주에 1갤런당 7센트의 세금을 과세하자는 제안을 합니다. 무려 물품 가격의 25%에 해당하는 금액이었어요. 물론 표면적으로는 국민 건강을 위한 조치라는 명목이었고요.
국민들의 저항은 거셌습니다. 세금을 걷으러 간 공무원들을 발가벗겨 온몸에 타르를 칠한 뒤 새 깃털을 붙여 거리를 끌고 다니는 모욕을 주기도 했죠. 호기롭게 시작했지만 격한 논쟁과 함께 결국 흔들리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죄악세가 가진 긍정적인 면도 완전히 무시할 수는 없어요. 아무래도 해로운 것을 덜 하는 효과는 있으니까요. 역사적으로도 찬반논쟁이 끊이지 않았던 죄악세. 국민을 위한 세금일까요, 국민을 이용한 세금일까요?
2️⃣ 뭉쳐서 덜 냈다! 독일 관세동맹
‘관세’는 국가 재정 및 자국 산업 보호 등을 위해 수입 물품에 부과하는 세금입니다. 그래서 관세율이 높으면 수출국에 부담이 되죠. 전 세계가 예민하게 주시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최근 더욱 강력하게 돌아온 트럼프 정부의 관세 제도가 국제적 이슈로 떠올랐어요. ‘자국우선주의’ 정책을 펼치며 철강, 알루미늄 등 주요 수입품의 관세율을 크게 올렸기 때문입니다. ‘관세 전쟁’으로도 불리는 이 상황, 타파할 방법이 없을까요?
한 가지 힌트는 200여 년 전 유럽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독일의 ‘동맹을 통한 맞불작전’입니다. 당시 독일은 프랑스의 지속적인 경제적 간섭으로 힘든 상황이었어요. 그래서 간섭을 줄일 방안 모색에 집중했죠. 그렇게 찾은 솔루션은 독일 연방국들과의 관세 동맹 체결이었습니다. 체결국 간의 관세 없는 수출ᆞ입을 통해 대항하고자 했어요. 그 결과 주도권을 내주었고, 결국 프랑스의 간섭은 줄었습니다.
1834년 프로이센에 의해 제창된 이 ‘독일 관세동맹’은 1844년까지 오스트리아를 제외한 연방국들의 참여로 완성되었습니다. 그리고 약 30여 년 후의 독일 통일에도 탄탄한 기반으로 작용했어요. 지금 당장보다는 먼 미래를 보며 대응한 전략이 국력과 외교 관계에도 힘을 실어준 것입니다.
트럼프 정부의 때론 폭력적이기까지 한 관세 전쟁 앞에 ‘역사상 가장 유명한 관세동맹’이라 통하는 ‘독일 관세동맹’을 참고해 보는 것도 좋을 듯합니다.
3️⃣ 세금이라 불렀지만 갈취라 정의되는 일제의 세금 제도
일제강점기의 조선은 일본의, 일본에 의한, 일본을 위한 세금 제도로 지배되었습니다. 식민 통치와 경제적 착취가 목적이었지요. 세부 내용을 보면 단전부터 분노가 치밀어 오릅니다. 세금이라 부르지만 결국 갈취였으니까요.
늘 그랬듯 그들의 발상은 기상천외했습니다. 잡다한 생활 용품을 묶어 ‘잡종세’를, 극장에 가면 ‘입장세’를, 열차를 타면 ‘교통세’를, 커피를 마시면 커피값 1.3배의 ‘커피세’를, 일종의 개인사업자라며 기생에게 ‘기생세‘를, 유흥업소에 간다고 ‘입정세’를, 타기만 해도 ‘인력거세’와 ‘자전거세’를, 개를 키운다고 ‘견세’를 납부하도록 했으니까요. 일상과 연관된 항목들까지 꼼꼼하게 챙겼습니다. 조선인의 숨 쉬는 모든 순간에 세금을 매기겠다는 의지였지요.
그런데 더 씁쓸한 것은 식민지적 세금 제도의 그림자를 지금도 세계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강제적인 압박이 꼭 데자뷔 같습니다. 앞서 말한 트럼프 정부의 관세 전쟁도 유사한 예시겠지요. 세금, 때론 힘의 불균형을 이해하는 도구가 됩니다.
4️⃣ 소득세가 왜 거기서 나와? 타이타닉호와 소득세
우리에게 영화로도 익숙한 타이타닉호. 그런데 이 호화 여객선이 소득세와 관련 있다는 사실을 아시나요?
1912년 4월 15일 새벽, 영국에서 출발해 미국 뉴욕에 도착 예정이었던 타이타닉호가 빙하와의 충돌로 침몰하고 맙니다. 이 사고로 탑승자 2,200명 중 700명 정도만 살아 돌아오죠. 그런데 희생자의 대부분이 가난한 사람들이었어요. 1등실은 배의 위층에, 가장 저렴한 3등실은 배 밑바닥에 몰려 있었기 때문이죠. 이에 생명에도 빈부차가 있다며 많은 미국인들이 분노했습니다.
사회적 파장은 결국 미 의회까지 움직였습니다. 그리고 부와 특권이 상류층에 쏠리는 것을 제한할 장치가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되죠. 소득에 비례한 세율을 적용하도록 수정된 소득세법을 통과시킨 것입니다. 자본주의를 대표하는 미국의 이러한 개정은 다른 나라에도 영향을 주었어요.
소득세에 대해 누군가는 ‘내가 번 돈인데 왜 나라에 내야 하냐’는 불만을 터뜨리곤 합니다. 하지만 국가 전체의 균형 잡힌 운영은 정부의 중요한 역할이죠. 그래서 소득세 사회 균형을 위해 필요한 세금이라는 이해가 필요합니다.
5️⃣ 여행하려면 세금 내라고요? 관광세 근황 토크
관광세를 받는 나라가 점점 증가 중입니다. 주요 이유는 ‘오버투어리즘(Overtourism. 과잉 관광)’때문인데요. 여행객이 너무 몰리는 것을 방지하여 자국민의 불편, 불만을 줄이고자 함입니다. 그렇게 납부된 관광세는 지역 유지보수, 여행객들에 의해 발생된 교통 혼잡, 환경오염, 소음 등을 관리하는데 쓰이고요.
2025년 기준, 한국인이 가장 많이 여행 가는 나라인 일본도 관광세를 채택 중입니다. 최근엔 출국세 명목의 '국제관광 여객세'를 1,000엔에서 3,000∼5,000엔으로 대폭 인상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기도 합니다. 이로 인해 여행객이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지요. 반면 한국의 ‘출국 납부 부담금’은 해외로 나가는 국내외 관광객들에게 부과하는 세금으로, 이중과세, 지역 형평성 논란 등이 있어요. 그래서 최근엔 3,000원을 인하하겠다는 방안도 제시했죠.
다양한 내용으로 점점 더 증가 중인 세계의 여행 관련 세금, 예민하게 주시해 보세요.
6️⃣ 먼 나라 이웃 나라 상속세
최근 75년 만의 상속세 개편이 예고되었습니다. 그동안은 사망자가 남긴 재산 전체의 세액을 상속인들이 나누어 부담하는 ‘유산세’ 방식이었어요. 그런데 앞으로는 총재산을 나눠 받은 뒤 각각의 취득재산에 세금을 부과하는 ‘유산취득세’ 형태로 바꾼다는 것이 큰 골자입니다.
한편 한국은 OECD 회원국 중 배우자에게 상속세를 부과하는 유일한 나라입니다. 그래서 ‘배우자 공동재산제’까지 채택 중인 마당에 이는 가부장적 제도라는 주장도 있습니다. 심지어 여당은 배우자 간 상속세를 아예 폐지하자는 당론을 발의하기도 했죠. 하지만 한편에선 부자들만을 위한 개편이라며 반대하기도 합니다. 이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한국이 참고할만한 사례가 있을까요? 상속세 폐지국을 들여다보죠.
OECD 38개국 중 상속세 폐지국은 14개국입니다. 특히 캐나다와 호주는 자산의 양도가 있을 경우에만 세금을 부과하는 ‘자산양도소득세’를 채택 중이죠. 소득세 개념으로 전환한 것입니다. 이러한 경우 세금 납부에 대한 개인의 부담이 줄어듭니다. 실제 수중에 들어오는 돈에 대해서만 세금을 내니까요. 물론 국가 재정 확보에 무리가 온다는 의견도 존재합니다.
세금제도에 정답은 없습니다. 국가의 상황과 문화, 시대에 따라 최적의 방향을 찾아갈 뿐이죠. 75년 만의 변화를 예고한 한국의 상속세. 어떻게 달라질까요?
세금은 국가 내의 일이기도 하지만 세계와 연결된 일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이젠 세계화된 시각으로 세금을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현재의 거울인 과거의 역사를 바라보세요. 그 안에 힌트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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