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당탕탕 사업 극장 EP.3
“가족 기업, 함정이었어요”
사업자와 근로자들이 겪는 세무, 인사, 노무 관련 에피소드를 소개합니다. 마냥 웃을 수도, 그렇다고 울 수도 없는 웃픈 상황들. 당신에게도 이런 경험이 있으신가요?
*독자의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재구성했습니다.
생산관리직으로 일하는 서부장님은 독립을 고민하다 결국 가족이 운영하는 회사에 합류하게 되었습니다. 평소 별다른 트러블 없이, 아니 오히려 아주 원만하게 지내는 가족이 운영하는 회사이기에 일하기 훨씬 좋을 것이라 판단한 것이죠. 하지만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습니다. 서부장님은 과연 어떤 함정에 빠졌을까요?

# SCENE 1
큰아버지의 회사로 이직해 일주일째 출근 중인 서부장님.
명절이나 집안 행사 때 만나면 한 없이 자상하고 허당미(?)가 넘치지만
회사에서는 엄격하고 무서운 스타일로 180도 변신하는 큰아버지가 낯설다.
서부장 “대표님, 어제 회의 정리는 이번 주까지 마무리하려고 합니다.”
큰아버지 “너무 늦지 않겠어? 내일까지 해.”
서부장 “아, 회의 자체가 늦게 잡혔고, 저희 의견까지 추가하려다 보니 시간이 조금 더 필요합니다.”
S이사 (이때다 싶어 끼어들어) “그러게 왜 그렇게 미팅을 늦게 잡나?”
서부장 “그건 협력 업체에서…”
큰아버지 “일단 내일까지 끝내는 걸 목표로 하고, 마무리되면 보고하게.”
서부장 (조정의 여지가 없음을 깨닫고) “...네, 알겠습니다.”
S이사 “그리고 이제 입사한 지 일주일 됐으니 어느 정도 다 파악됐지?
다음 분기 영업 계획 짜서 다음 주 월요일에 이야기 나눕시다.”
서부장 (아직 100% 업무 파악이 되지 않았지만 체념하며) “아, 네. 알겠습니다.”
# SCENE 2
서부장님을 괴롭게 하는 건 큰아버지의 낯선 모습뿐만이 아니다.
회사 대표의 가족이라고 더 좋은 대우를 바라지 않았고, 오히려 그렇게 대할까 봐 우려했다.
그런데 반대로 출신 운운하며 은근히 따돌리는 직원들이 적지 않다.
서부장 (오전 외근을 마치고 사무실로 복귀한 후 휑한 사무실을 보며) “다들 점심 드시러 나가셨나? 혼자 먹어야겠네.”
P과장 (점심식사 후 들어오며) “어? 부장님 일찍 들어오셨네요? 점심은요?”
서부장 “따로 먹었어요. 다들 맛있게 드셨어요? 전화 주셨으면 같이 먹었을 텐데.”
P과장 (약간 빈정거리는 말투로) “아니, 저희는 사장님이랑 드실 거라고 생각했죠 뭐. 하하.”
서부장 (다들 웃지만 혼자 웃지 못하며) “음…”
P과장 “다음에 사장님과 식사하실 때 저희도 꼭 좀 데려가 주세요, 부장님.”
서부장 (민망해하며) “아, 네. 뭐…”
은근한 스트레스 때문에 일에 집중하지 못하던 서부장님은 결국 6개월을 채 버티지 못하고 큰아버지의 회사를 그만두었다. 후에 들어보니 큰아버지는 가족이라고 감싸는 모습을 보여주면 안 된다고 생각해 일부러 모질게 한 것이고, 직원들은 회사가 대표의 조카에게 홀라당 넘어갈까 봐 경계심에 그랬다고 한다.(애초에 본인들이 가질 회사도 아니면서…) 지금은 다른 곳으로 이직해 잘 지내고 있는 서부장님은 당시의 수모를 여전히 기억한다. 아, 물론 큰아버지와는 아주 돈독하게 잘 지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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