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03월 26일

책상 앞 직장인에게도
세리머니는 필요하다?


우리에게 가장 친숙하고 흔한 세리머니로는 어떤 게 있을까요? 아마 스포츠에서 찾아볼 수 있을 텐데요. 작게는 축구의 골 세리머니부터 크게는 트로피를 들어 올리는 우승·승리 세리머니까지, 세리머니는 현대에서 마치 스포츠인들의 전유물같이 느껴지기도 합니다.

그런데 ‘어떤 일을 축하하기 위해 벌이는 의식’이라는 세리머니의 사전적 정의를 생각해보면, 이 의식이란 건 누구나, 어떤 조직이나 할 수 있는 것 아닐까요? 설령 컴퓨터 앞에 앉아서 타자를 치며 일을 하는 직장인과 그들의 집합인 직장이라도 말이죠. 아니, 어쩌면 세리머니는 사실 직장인과 직장에 꼭 필요한 무언가일 수도 있습니다.

세레모니와 직원 사기의 상관관계.png

직장에 세리머니가 필요한 이유

사무실은 운동장과 다르게 정적입니다. 사무실에서 퍼포먼스를 내기 위한 움직임이라고 해봐야 대체로 마우스로 클릭하고 키보드로 타자를 치는 손가락놀림이 전부죠. 그만큼 직장인들의 결과물은 공을 발로 차고, 손으로 던지고 쳐서 퍼포먼스를 내는 스포츠 선수들의 것보다 역동성과 임팩트 측면에서 왠지 모르게 가시성이 부족해 보입니다.

회사를 대표하는 사람이라면 이 가시성을 어떻게든 확보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러지 못 해서 매출 등 목표로 삼은 지표를 달성했는데도 계속 똑같은 책상에 앉아 다음 일을 처리하기에 바쁜 느낌만 들면 직원들의 사기는 금세 고꾸라질 겁니다. 특히나 빠르게 변화하고 경쟁이 치열한 요즘의 직장 환경에서는 ‘번아웃’이라는 결과로 이어지기에 십상이겠죠. 그래서 회사는 직원들에게 심리적, 정서적 지원을 제공하기 위해 조금 오버를 보태서라도 세리머니를 해야 합니다.

‘세리머니 핏’을 찾아야 한다

다만 그 세리머니를 표현하는 형식과 스타일은 회사마다 다양하게 나타날 수 있습니다. 어떤 조직은 매주 정기적인 팀 미팅에서 작은 성과를 공유하며 축하하는 문화를 가지고 있을 수 있고, 또 다른 조직은 월별 혹은 분기별로 공식적인 시상식을 통해 세리머니를 진행하기도 합니다. 스타트업에서는 창의적이고 캐주얼한 세리머니가 선호되는 반면, 전통적인 대기업에서는 형식적이고 정돈된 스타일의 세리머니가 더 일반적일 수 있죠.

여기서 중요한 건 어떤 형식과 스타일이든 간에 ‘그 세리머니가 우리 조직에 잘 맞는 편인가, 아닌가?’입니다. 예를 들어 애플 스토어에서 고가의 제품이나 신제품을 구입하면 매장 직원들이 박수를 쳐주며 축하해주는 방식의 세리머니를 직장에서 한다고 가정해 봅시다. 넉살 좋고 외향적인 직원들이 많다면 세리머니를 할 때마다 조직 전체가 신이 날 겁니다. 반면, 수줍음이 많고 내향적인 직원들이 많다면 다들 쥐구멍에 숨고 싶어 할 수도 있습니다. 즉, 새롭게 세리머니를 기획한다면 조직과 구성원 사이에서 ‘세리머니 핏’을 맞출 필요가 있는 거죠.

‘진짜’ 위하는 마음으로

그렇다면 핏이 맞는, 효과적인 세리머니를 기획하기 위해서는 어떤 요소들이 필요할까요? 첫째, 진정성이 중요합니다. 형식적이고 의무적으로 진행되는 세리머니는 오히려 직원들에게 부담감을 줄 수 있으므로, 진심으로 직원의 노고를 인정하고 이를 축하하는 세리머니가 되어야 하죠. 둘째, 세리머니는 모든 구성원이 공감할 수 있는 방식으로 기획되어야 합니다. 각 구성원의 성과와 노력을 진심으로 반영해야 하죠. 셋째, 일상 속에서 축하와 감사를 담은 작은 이벤트를 실행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단순히 연례행사나 거창한 시상식만이 아니라 이메일 한 통, 회의 중 짧은 축하 메시지와 같은 작은 노력도 효과적인 세리머니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신입 사원을 두고 시무식에 전 직원 앞에서 소개하게 할까요, 아니면 메신저에서 조용히 자기소개를 하도록 할까요? 이제 막 수습 기간을 통과한 사람에게 팀장을 시켜서 따로 꽃다발만 줄까요, 아니면 전사적으로 알리면서 박수를 보내줄까요? 선택은 앞서 말한 것처럼 조직의 특성에 따라 자유이지만, 이것 하나만큼은 확실하게 기억하고 세리머니를 기획해야 합니다. 바로 어떤 세리머니이든 간에 세리머니를 통해 직원 자신이 조직에서 소중한 존재임을 느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 점을 중요하게 인식하고 알맞은 세리머니를 구현하면 더욱 건강하고 활기찬 조직 문화를 구축할 수 있을 것입니다.


세리머니에 관한 나의 기억

“예전에 다녔던 회사는 매년 시무식을 산 정상에서 했어요. 매년 ‘악’자가 들어가는 서울의 산을 정해 전 직원이 등산을 했죠. 직원 대부분이 싫어했는데, 저는 오히려 좋아하는 편이었어요. 눈이 온 날도 신발에 끼울 아이젠까지 제공하면서 오르라고 할 때까지만요. 이후로 등산 자체를 싫어하게 되었습니다.”

_장00(42세, 콘텐츠 기획자)

“수습 기간이 끝날 즈음이었어요. 그때 갑자기 팀장님이 팀 회의가 있다면서 팀원들을 회의실로 소집하는 거예요. ‘무슨 일이지?’ 싶었는데 알고 보니 제 수습 기간이 끝난 걸 축하하는 자리였더라고요. 축하해 주시면서 팀원들과 같이 폴라로이드 사진을 찍었는데, 그 사진이 아직도 사무실 제 자리에 걸려 있어요.”

_김00(29세, 사업 개발 매니저)

“7년 다닌 회사를 그만두기 전 마지막 타운홀 미팅에 인사팀의 권유로 제 퇴사에 대한 설명을 하는 시간을 가졌어요. 장기 근속자로서 그간 배우고 해내온 것, 퇴사 이유 등등 다양한 이야기를 하고 나니 제 지난 회사 생활이 예쁘게 갈무리되었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회사에 남는 팀원들도 꽤 감동받은 눈치였고요.”

_최00(36세, 백엔드 개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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