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01월 16일

탕비실 커피가 직원에게 주는 의미


몇 년 전이었습니다. 이름만 들어도 알 법한 유명 기업에 다니는 한 친구를 만났어요. 근황을 이야기하며 자연스레 재직 중인 회사의 새로운 이슈도 나누었지요. 그런데 친구가 한숨을 쉬며 ‘아무래도 우리 회사가 망해가는 것 같아.’라고 말했습니다. 무슨 일인지 호사가라도 된 듯 속사정이 매우 궁금해졌습니다. 그런데 친구의 답변은 예상치 못한 당혹스러움과 함께 많은 생각을 불러일으켰습니다.

“회사에서 이제 스타벅스 원두 안 사준대. 다음 주부터 카누 마시래.“

사연인즉슨, 회사가 경비를 줄이기 위해 직원들에게 제공해 오던 스타벅스 원두커피를 인스턴트커피로 교체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궁금했습니다.
‘친구는 회사에서 제공하는 커피 브랜드에 왜 그토록 민감한 반응을 보였을까? 대체 왜 커피 때문에 회사의 안위까지 불안해하는 것일까?’ 하고요. 이 호기심 어린 자문에 대한 답은 ‘안정적인 회사’라는 말에서 유추되기 시작했습니다.

탕비실 커피는 직원에게 어떤 의미일까_.png

☕️ 탕비실 커피와 회사의 안정성

일상적으로 많이 이야기하는 ‘안정적인 회사’라는 표현은 다양한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언제 해고될지 모를 걱정을 덜어도 될 곳, 최소한 월급은 꼬박꼬박 나올 것 같은 곳, 넉넉한 보너스를 기대할 만한 곳, 경영 상태가 투명한 곳, 내 가치를 올려줄 수 있는 곳, 인생의 보험 같은 곳 등등이 있겠네요.

그런데 이러한 안정성은 결국 회사의 무리 없는 자금 운영 및 신뢰할 만한 비전을 기반으로 확보됩니다. 즉 그 친구는 탕비실의 커피 가격과 브랜드 이미지를 통해 회사의 현재 자금 상황과 앞으로의 비전을 가늠한 것입니다. 그리고 그것이 예전 같지 않다는 판단이 들자, ‘안정적인 회사’도 언제든 ‘불안정한 회사’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각성한 것이죠.

🦋 인터널 브랜딩의 나비효과

한국에서 인터널 브랜딩(Internal Branding, 내부 브랜딩)이라는 개념이 본격적으로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2000년대 중후반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수많은 경영 개념 중 상대적으로 새로운 개념이지요. 그래서 아직은 성숙기를 향해 가고 있다 할 수 있고요.

인터널 브랜딩이란, 조직 안의 구성원들을 대상으로 하는 회사의 브랜딩 활동이라 이해하면 쉽습니다. 작게는 직원들의 리프레시를 위해 맥주를 제공하는 것부터, 크게는 사옥을 짓는 것 같은 예시를 들 수 있습니다. 여기에, 무형의 복지나 정서적 교류 등도 포함되고요. 즉, 인터널 브랜딩은 구성원들이 가진 최선의, 최적의, 최고의 능력과 자발성을 여러 방법으로 유도하고 끌어내어 생산성을 올리고, 그 결과 회사가 안정적으로 성장을 이어갈 수 있도록 노력하는 과정입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친구는 스타벅스 원두커피와 인스턴트커피로 상징된 회사의 인터널 브랜딩을 경험한 것입니다. 그래서 그때 그 순간의 친구는 자신이 가진 최선의, 최적의, 최고의 능력과 자발성을 끌어낼 의욕을 조금은 상실했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 실망감은 보이지 않는 나비효과를 일으켜 회사의 불안정성을 더 높였을 수도 있습니다. 커피 하나에서 시작된 한 직원의 불안과 의욕 하락이 탕비실 커피 브랜드마저 바꾸어야만 했던 회사에 닥친 악순환의 고리에 동승하게 된 것입니다.

📈 관건은, 우리만의 성장력 찾기

인터널 브랜딩이라는 용어가 처음 들리기 시작할 때만 해도 ‘그거 그냥 복지 더 챙겨달라는 것 아니야?’ 하며 심드렁한 자세를 취하던 기업들마저 그 영향력과 중요성을 깨달아 적극 활용하기 시작한 지금. 이제는 커피 하나, 맥주 한 잔, 구인 광고 속 복지제도 소개 한 줄 마저 전략적이고 신중하게 제공해야 할 이유가 더 분명해졌습니다.

다만 오해하지 말아야 할 것들이 있습니다. 인터널 브랜딩 자체를 위해 큰 예산을 무리하게 편성한다거나, 다른 회사들을 따라 하라는 의미가 아닙니다. 우리 회사만의 정체성과 방향성, 그리고 현실적인 상황에 맞추어 기획, 진행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우리도 비싼 원두커피를 제공하면 직원들의 생산력이 올라갈까?’, ‘경쟁사처럼 우리도 사옥 로비를 리뉴얼해야 하나?’와 같은 고민은 우선 접어두세요. 그보다 중요한 것은 사측과 직원들 간의 열린 커뮤니케이션을 통한 관계 형성과 공감이니까요.

직원과 회사가 함께 안정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우리만의’ win-win 전략을 고민해 보시기 바랍니다. 모두가 행복한 선순환의 고리에 동승하게 될 것입니다.

Comment

신경 써서 나쁠 것이 없는 인터널 브랜딩, 이를 슬기롭게 하기 위한 혜움의 제안은 아래와 같습니다.

  • 물질적 보상이나 복지보다 우선되어야 할 것은 소통입니다. 허심탄회하게 마음과 생각을 나눌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 보세요.

  • 무언가를 꼭 새로이 해야 한다는 부담은 가질 필요가 없습니다. 기존의 것을 정리하고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방안부터 찾아보세요.

  • 겉만 번지르르한 복지보다는 직원과 회사가 안정감을 느낄 수 있는 현실적 아이디어가 중요합니다.

  • 무조건 다른 회사를 따라 하지는 마세요. 우리 회사만의 방식과 색깔은 따로 있고, 그것을 찾는 것이 인터널 브랜딩의 진짜 목표입니다.  

  • 직원과 회사는 서로에 대한 관심을 놓지 마세요. 서로를 지켜보고 반대 입장에서도 생각해 보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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