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당탕탕 사업 극장 EP.2
“돈을 업고 튀어!”
사업자와 근로자들이 겪는 세무, 인사, 노무 관련 에피소드를 소개합니다. 마냥 웃을 수도, 그렇다고 울 수도 없는 웃픈 상황들. 당신에게도 이런 경험이 있으신가요?
*독자의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재구성했습니다.
경기도에서 스튜디오를 운영하며 포토그래퍼로 활동하는 차사장님은 믿었던 직원에게 그야말로 배신을 당했습니다. 직원이 사진을 찍을 줄만 알았지, 도끼로 자신의 발등을 찍을 줄은 몰랐다는 차 사장님. 그와 직원 사이에는 어떤 일이 있었던 걸까요?

# SCENE 1
오랜만에 주점에서 만나 술잔을 기울이는 차사장님과 그의 지인 A.
차사장님은 그동안 A와 나누지 못했던 이런저런 이야기를 털어놓고 있다.
즐거웠던 분위기는 일 이야기를 시작하면서 어두워지기 시작한다.
차사장 “하아…, 내가 정말 이런 일까지 당할 줄은 몰랐다.”
A “왜? 무슨 일인데 그래?”
차사장 “아니, 내가 작년에 독립하고 계속 상황이 좋지 않았잖아. 클라이언트도 별로 없고. 그래도 주변에서 다들 처음에는 원래 그런 거라고 버티라고 해서 나름 열심히 하고 있었거든. 그런데 직원 월급 주는 건 늘 힘들더라고.”
A “그래도 직원을 안 쓸 수는 없잖아. 어시스턴트 최소 한 명은 필요하니까.”
차사장 “맞아. 원래 두 명 있었는데, 자금 사정이 좋지 않아서 한 명은 어쩔 수 없이 내보낸 거야. 둘 중에서 상대적으로 더 우직하고 일 욕심도 있는 친구랑 하고 있었어.”
A “그런데 둘 사이에 무슨 문제가 있어? 혹시 월급 못 준 거야?”
차사장 “제때 월급 못 주는 일은 종종 있었어. 그럴 때마다 미안하다고 사과하면서 양해를 구했고. 내가 생각해도 더 이상은 안되겠다 싶을 때는 대출 받아서 월급 준 적도 있어. 그런데 며칠 전에 드디어 사달이 났다, 야.”
A “왜? 그만 두겠대?”
차사장 “그런 거면 차라리 괜찮지. 설득을 하든 내보내든 하면 되니까. 그런데… 도망갔어. 이 얘기 꺼내니까 또 심란해지네. 잠깐 담배 한 대 피우고 올게.”
# SCENE 2
자리로 돌아온 허사장님이 이야기를 이어나간다.
표정은 굳어 있고, 왜인지 눈가는 촉촉하다.
차사장 “계속 할게. 지난 주에 출근했는데, 직원이 스튜디오에 안 나오는 거야. 외근도 없었거든. 전화해 보니 받지도 않고. 그래서 결국 못 버티고 도망갔나 보다 생각했어. 그럴 수 있지. 일단 나부터 괘씸하기보다는 미안한 마음이 먼저 생겼으니까.”
A “그래. 잊어. 다른 친구 뽑으면 되지.”
차사장 “그런데 문제는 돈을 들고 도망갔다는 거야…. 그 전날 프로젝트 한 건 비용이 입금됐거든. 나가는 돈 정리하려고 통장 확인하는데 잔고가 없더라. 돈 들어오는 날을 알고 뽑아서 도망간 거지.”
A “말도 안돼! 그 친구가 통장 비밀번호 같은 걸 어떻게 알겠냐?”
차사장 “할 말이 없는 게, 내가 알려줬어. 관리하라고. 내가 사람 잘 믿는 거 알잖아. 그리고 말했지? 그 친구 우직하고 열의도 있다고. 이런 일이 생길 줄은 정말로 몰랐지.”
A “참…, 그래서 이제 어떻게 할 건데? 뭐라도 해야 할 거 아냐.”
차사장 “뭘 어떻게 해. 안 그래도 주변에서는 신고해라, 고소해라 난리인데, 내가 그러고 싶지가 않아. 그렇게까지 하게 만든 내 탓이기도 하고, 걔도 얼마나 죄책감에 시달리겠어. 됐다. 돈이야 다시 벌면 되지 뭐.”
A “아주 부처님 나셨네. 뭐라고 위로할 말이 없다. 술이나 마셔. 오늘은 내가 맛있는 안주 많이 사줄 테니까 걱정말고. 그리고 이제부터는 사람 믿어도 그렇게 중요한 건 맡기지 말고.”
차사장 “그래, 그래야지. 고맙다. 한잔해.”
직원 도망 사건을 겪고도 추노가 아닌 방생(?)을 선택한 차사장님.
평화로운 선택이었지만 그의 머리와 가슴 속은 평화롭지 못했고, 한 동안 직원을 뽑을 수도 없었다. 지금은 이 트라우마를 극복하고 성공한 사진작가로 성장했지만 그는 여전히 이 일을 잊지 않는다. 돈이 전부가 아니라는 그의 생각에는 여전히 변함이 없지만, 일로 번 돈을 잃지 않기 위해 애쓴다. 어이 없는 사건으로 돈을 잃으면 그 자체도 문제이지만, 자존감과 열정, 의욕이 함께 사라져 버린다는 것을 깨달았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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